한의사 장준혁/건강 에세이

구안와사(안면신경마비) 환자를 상담하고 나서...

장준혁한의원 2010. 2. 4. 19:53

며칠전 멀리 고양에서 이곳 반포까지 찾아온 여자환자가 있었다. 찾아온 이유를 물어보니 얼굴에 마비가 있어서란다. 환자를 진료해보니 심하지않은 가벼운 안면마비증세가 보인다. 이른바 구안와사, 혹은 와사풍이라고 부르는 안면신경마비이다.

 

가벼운 안면신경마비를 가지고 왜이리멀리까지 찾아왔을까 궁금해서 어떻게 이곳까지 올 생각을 했냐고 물어보았다.  남편이 한의원근처가  직장인데 원장님이 잘한다고 가보라고 해서 해서 찾아왔단다.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다. 갑자기 친절하고 자상한 진료를 해주고 싶어진다.

 

마침 안면신경마비는 자신있는내용이다. 컴퓨터에 마련해놓은 프리젠테이션 화일을 보여주며 신나게 설명해주지만 어려운 내용인지 잘 이해못하는 표정이다. 어쨌든  열심히 설명하고 치료를 해준후 내일 올것을 권유하고 끝.

 

다음날 환자가 오지않는다.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3일을 기다린후 간호원이 전화하니 남편이 와서하는말이 시어머니가 병원에서 치료해야 한다며 오늘 아침에 병원으로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란다.

참, 그렇게 열심히 설명했는데 왜 병원으로 갔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지만 참았다.

 

다음날 환자의 전화 '한약을 함께 복용해도 되나요? 병원에선 안 된다는데'

'무슨 약을 처방받았나요? '  불러주는 처방약을 보니 대상포진 치료제인 항 바이러스제와 스테로이드호르몬제.

 

물론 대상포진이 안면신경마비를 유발하긴 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는 전혀 포진이 없는 상태이고 교과서적으로 스테로이드는 초기 7일정도면 충분한데도 1달치 스테로이드제를 처방받았단다.

내가 스테로이등의 부작용 우려에 대해 걱정하니 환자도 병원 약사한테 부작용에 대한 주의사항을 들었단다.

 

자세하고 정확하게 설명을 해 주었는데도 병원에 가서 그런 약을 받아오다니 !!!!!   에휴

 

그나저나 그 병원 의사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